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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수세보원해설

[성명론 9] 구미지방 口味地方 입으로 지방을 맛본다


by 짠내리빙 2020. 8. 2.

[성명론 9] 구미지방 口味地方 입으로 지방을 맛본다


[동의수세보원 원문]


구미지방

口味地方

입으로 지방을 맛본다.

[동무자주 원문]


구속백 유질지물 고능미지방 중탁 유질지자

口屬魄 有質之物 故能味地方 重濁 有質之滋

입은 백魄에 속하는데 백은 성질이 있는 것이므로 지방의 무겁고 흐린 성질이 있는 맛을 능히 볼 수 있다.


동무자주에 따르면 천시天時는 형태조차 없는 상태이고, 세회世會는 형은 만들어졌지만 계속 변하면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륜人倫은 고정된 형태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반면 지방地方은 고정된 형과 고유한 성질이 있어서 누구나 그 실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제마는 ‘지방에서 살면서 각 지역의 인민의 생활 지리를 골고루 겪어보는 것이 맛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處於地方 均嘗各處人民生活之地利者 此非味耶’라고 했습니다.(이제마, 동의수세보원, 성명론)


그러므로 지방을 맛본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겪다, 경험하다, 체험하다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맛본 것을 음미하고 분석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1) 경험을 분석하고 통합하고 재구성하는 능력


미각은 직접 겪어보는 것이므로 이처럼 확실한 감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겪은 게 많아도 그 경험을 분석하고 통합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없으면 자기가 겪은 것을 다 흘려보내게 됩니다. 외국어를 모를 때는 아무리 많은 말을 들어도 귀에 남지 않는 것처럼 수많은 일을 경험해도 분석능력이 부족하면 좋다, 싫다 정도의 막연한 느낌 외에는 남는 게 없어서 계속해서 같은 문제에 부딪혀도 과거의 대처 방법을 답습할 뿐 현명하게 상황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뛰어난 요리사는 새로운 요리를 먹어보고 그 레시피를 정확하게 추측해서 자기가 느낀 맛을 그대로 재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요리까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천기를 맛보는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이 접한 사건이나 경험한 것을 다각도로 깊이 분석하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잘 보는 사람이 유형 구분을 잘하는 것도 본 것을 분석하고 구별하는 맛보는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나 향기를 조합하는 조향사도 자신이 듣거나 냄새 맡은 것을 변별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소리와 향기를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깊게 맛보는 능력이나 사고력이 부족하면 장고 끝에 악수 두는 것처럼 실컷 고민하고도 사소한 것을 기준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이는 충동성이 강하고 분석력과 논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므로 이런 성향의 소유자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종이에 적고 순서도를 만들어서 처음의 의도와 상관없는 엉뚱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제어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


후각이 사전에 낌새를 채는 것이라면 미각은 온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는 것입니다.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매사에 용감하게 도전해서 경험을 통해 세상에 대해 알아갑니다. 생각은 많으나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에 비해 뭐든지 해보려는 의욕이 충만하고 거침없는 추진력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있습니다.


‘하면 된다’, ‘끝까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가 미각이 발달한 사람의 생활신조일 것입니다. 이 말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사람이므로 문자 그대로 해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는 의미도 있고, 실제로 실행해보면 사전에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마련이며, 멀리서는 보이지 않아서 놓치기 쉬운 실낱같은 해결책도 가까이에서 보면 더 큰 성공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하고 하고 하는 가운데 깨닫게 된다. 去去去中知 行行行裏覺’는 말이 있습니다.(권태훈) 발을 떼지도 않은 상태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런 강한 장점이 곧 단점이 되어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성향으로 인해 뒷감당이 힘들어질 때가 많고,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겨서 선을 긋고 그들의 의견이나 조언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청각, 시각, 후각과 달리 미각은 겪은 후에 아는 것이므로 후천적인 감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미각은 다른 감각들처럼 선천적인 능력입니다.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배움의 깊이가 다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목비구는 하늘이며 하늘은 지혜로운 것人之耳目鼻口 天也 天知也’이기 때문입니다.(이제마, 동의수세보원, 성명론)


[표] 이목비구 정리

수세보원

동무자주

이청천시
耳聽天時

이속신
耳屬神

무형지물
無形之物

고능청천시
故能聽天時

경청
輕淸

무형지성
無形之聲

목시세회
目視世會

목속영
目屬靈

유상지물
有像之物

고능시세회
故能視世會

부동
浮動

유상지색
有像之色

비후인륜
鼻嗅人倫

비속혼
鼻屬魂

무적지물
無跡之物

고능후인륜
故能嗅人倫

침정
沈靜

무적지상
無跡之像

구미지방
口味地方

구속백
口屬魄

유질지물
有質之物

고능미지방
故能味地方

중탁
重濁

유질지자
有質之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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