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 담배냄새 제거방법 - 방풍비닐 설치하는 법

작년 9월에 새집으로 이사하고 처음 맞는 봄입니다.

우리집은 남서향 아파트여서 여름이 되면 맞바람이 잘 불어 시원하게 여름을 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집으로 이사하게 된 이유도 담배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안방이 맞붙어있는 옆집과 아랫집에서 계속 담배를 피워대서 관리실에 항의도 해보고 실내금연 안내문도 써보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남의 집의 전망을 막아도 안되고, 해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도 안되는데 왜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처벌규정이 없는 거죠?

그로 인해 두통이 생기고 화병이 나는데도 집안에서 담배피는 것이 개인의 자유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중하게 골라서 새로 이사한 집은 베란다 샷시도 새로 한 집이고 아파트 끝라인이어서 담배를 피울 옆집이 없었습니다.

작년 9월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담배냄새 따위는 전혀 나지 않아 쾌적했는데 겨울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아파트 끝집의 부실한 단열로 인한 추위를 처절하게 경험했더랬죠.

그래도 그 문제는 두꺼운 단열벽지를 겹겹이 도배하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 되었습니다.

단열벽지를 바르고 한 달 후에 다른 라인을 층마다 다니며 가스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조사해보았는데 다른 라인의 가스사용량과 비교해서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단열벽지가 확실히 단열을 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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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겨울을 나고 3월이 되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북서풍이 불던 겨울이 지나고 남서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베란다를 통해 넘어오는 담배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단순히 냄새가 좀 난다는 수준이 아니라 흡사 흡연실 속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했고, 3~4일 정도 그냥 참아보자고 버텼더니 목구멍이 깔깔하고 목에 가래가 낍니다.

가뜩이나 간도 좋지 않은데 담배연기를 들이마시다보니 왼쪽 옆구리도 결려오고 소화도 되지 않는데다 두통까지 생깁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아래층에 항의하러 갔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연기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이 담배냄새가 나고 있는데 집에 사람이 없다니!

혹시 있는데 없는 척을 하는 건가? 항의하러 올 것 같아서 숨은 건가?  

별별 피해망상을 부풀리다가 베란다로 나가보았습니다.

보통 우수관을 통해서 아래층의 담배냄새가 올라온다고들 하던데 우리집 우수관은 밀봉되어 있습니다.

여기로 올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베란다 샷시문도 꼭 잠궜는데 도대체 어디로 담배냄세가 올라오는 걸까요?

무심코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이 빌어먹을 담배냄새의 근원을 발견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청소하는 사람들, 차를 주차하고 잠시 쉬는 사람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담배를 물고 있었습니다. 

남서풍이 불고 있는데 아파트가 남서향이다보니 담배연기를 실은 바람이 옆으로 지나가지 않고 아파트벽에 막혀서 곧장 위로 올라오면서 집안까지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집은 아파트 단지 입구쪽에 위치해있어서 유독 유동인구와 차량이 많아서 더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택배기사들도 차를 대놓고 물건을 내리기 전에 담배를 피우고, 배달을 마치고 출발하기 전에 또 담배를 피웁니다.

아파트를 고르면서 봐야하는 현대판 풍수지리에는 이제 북서풍을 맞는 끝집인지 아닌지, 주차장에서 담배냄새가 올라오는지 아닌지 등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베란다 창문 맨 윗부분에 손을 대어보았습니다.

사진에 표시한 곳에서 바람이 쌩쌩 들어옵니다.

샷시문이 꽉 잠겨있기 때문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착각이었습니다.

창문 위쪽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양이 상당했습니다.

아래쪽 구멍에서도 황소바람이 들어옵니다.

3월인데도 이렇게 센 바람이 들어오는데 겨울에는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어쩐지 남서향이라 해가 늦게까지 들어오는데도 겨울철 베란다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바람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습니다.

아랫층 사람이 담배를 피운 거라면 가서 항의도 해보고 실내금연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붙여라도 보겠지만 불특정 다수가 길거리에서 피고 있는 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이사를 갈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파트 정면의 베란다 창문을 여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겨울에도 붙이지 않은 방풍비닐을 여름에 붙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준비물은 방풍비닐과 벨크로 테이프입니다.

일명 찍찍이 테이프를 창틀에 붙이고 그 위에 방풍비닐을 붙이면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으니 편리할 것이라고 계산을 끝냈습니다.

철물점에 가서 방풍비닐을 사왔습니다.

폭이 90 cm, 180 cm 두 종류가 있는데 둘 다 두겹으로 되어 있어서 반을 갈라서 써야 합니다.

길이는 앞베란다 창문 길이인 280 cm을 샀습니다.

가격은 총 6,500원이 들었습니다. 

벨크로 테이프를 위아래 창문에 다 붙여주었습니다.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흰색을 골랐습니다.

다 붙이고 나서 하루를 지내는데 그래도 담배넴새가 들어옵니다.

이제는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입니다.

왜? 도대체 어디에서 들어오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기가 들어올만한 구멍은 밸크로 테이프의 사이사이에 있는 작은 구멍밖에 없습니다.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는 편리성을 추구한 것이 잘못이었나 봅니다.

눈물을 머금고 테이프를 다 떼어내고 투명테이프로 사방을 막아버렸습니다.

이제는 바람 한 줄기 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 젠장. 

다시 하룻밤을 지내기도 전에 효과를 알 거 같습니다.

이제는 담배냄새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전혀!

3월은 창문을 닫고 지내는 계절이라 괜찮지만 여름에는 어떻게 할까 걱정이 됩니다.

이제 맞바람은 영원히 물건너 갔습니다.

아주 더운 한여름에는 창문을 꼭 닫고 에어컨을 켜고 생활을 하니 괜찮겠지만 초여름에는 맞바람이 최고일텐데 문도 못열게 생겼으니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실험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에어컨을 틀 정도로 덥지는 않지만 상당히 더운 날씨에 앞베란다 문을 닫았더니 오히려 남쪽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지 않아 시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내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나 복사열이 없어서 오히려 더 시원하니까요.

이렇게 자기위안을 하며 작업을 마쳤습니다.

다음에 이사갈 때 고려할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아파트 입구쪽의 동은 피할 것입니다. 

유동인구의 담배냄새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막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