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봄이지만 남쪽지방은 이제 초여름이라고 할 정도로 날이 더워졌습니다.
남서향인 우리집의 동북향 베란다에에는 아침 일찍 해가 떠서 그리 따갑지 않은 햇빛을 서너시간 비추어줍니다.
일출시간이 어떤가 살펴보니 새벽 5시30분 전후에 해가 뜨는군요.
아침에 뒷베란다쪽으로 나가보면 환한 햇빛을 받고 있는 관엽식물들이 싱그러워 보입니다.
4월부터 이랬으니 해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9월까지는 이런 상태가 유지되겠지요.
냉방도 난방도 필요가 없는 요즘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역광으로 찍어서 환한 빛이 충분히 담기지 못했지만 식물들 뒤로 비치는 그림자를 보면 식물들에게 좋은 간접광이 비치는 평화로운 아침풍경이 느껴집니다.
연두색이 예쁜 형광스킨이나 무지개색인 레인보우 마지나타는 까다롭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고운 색 그대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스파티필룸과 관음죽은 하늘로 오르기라도 할 것처럼 팔을 위로 뻗고 있습니다.
잎이 위로 뻗고 있다거나 새순이 나고 있다는 것은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우리집은 전부 황토볼을 이용한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물만 말리지 않으면 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턱 놓고 있다가 물주는 시기를 놓쳐서 이미 몇 개는 저승으로 보냈다는 슬픈 사실은 잠시 잊기로 합니다.
작년 가을에 들인 맥문동입니다.
동북향 베란다 창문에 다이소에 구입한 창틀선반을 걸고 올려놓았습니다.
바깥쪽에 누워있는 이파리들은 작년에 배송받았을 때부터 있던 잎들인데 겨울을 나고나니 가늘어지고 시들고 축 처졌습니다.
소엽 맥문동이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와 달리 가운데에 하늘을 뚫을 듯이 힘차게 올라오고 있는 새싹들은 잎이 더 굵고 싱싱합니다.
음지식물인데 이렇게 해를 많이 받아도 되나 살짝 염려가 되긴 하지만 여름이 되면 보라색 꽃을 활짝 피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자란이라고 불리는 자주만년초입니다.
이것도 물을 안줘서 다 시들어가던 것인데 다행이 살아나서 어린 싹들을 많이 품고 있습니다.
아마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자손을 남기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새순이 나온다는 건 좋은 것입니다.
겨울동안 얼음상태로 있어서 성장이 더디다고 생각했던 뱅갈고무나무도 열심히 자라고 있습니다.
창틀에 올려놓은 황금마삭줄과 오색마삭줄입니다.
황금마삭줄은 햇볕을 너무 많이 받았는지 금색이라기보다는 주황색에 가깝습니다.
오색마삭줄도 해를 잘 받아서 새빨갛게 구워졌습니다.
겨울에는 흰색 잎도 좀 있었는데 초여름 해를 정면으로 받다보니 점점 빨개지기만 합니다.
초봄에 열심히 꽃을 피워준 제라늄(페라고늄)이 기특하지만 가지가 너무 적고 웃자라서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향이 나는 센티드 종류의 제라늄이 많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하면 향이 올라옵니다.
마지막에 자른 가지는 토렌토인데 상큼한 콜라향이 납니다.
자른 가지들은 아래쪽의 잎과 꽃대를 떼어내고 이대로 며칠 말린 후에 다시 물꽂이를 해줄 계획입니다.
제라늄도 잎이 두꺼운 다육식물 종류이기 때문에 자른 가지들을 바로 물에 담그는 것보다는 며칠 그늘에 말려서 물이 필요한 상태가 되도록 하면 뿌리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이미 시든 꽃대를 정리해주었습니다.
아직 채 시들지 않은 꽃대도 있지만 정리할 때 한꺼번해 해야지요.
아쉽지만 새로 자른 줄기에서 다시 꽃대가 나와 베란다 정원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보라빛의 꽃은 아리스토 블랙벨벳입니다.
떨어진 꽃잎을 밟기라도 하면 바닥에 보라색 물이 듭니다.
긴 줄기를 싹뚝 잘라버렸더니 난장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새순이 많이 나온 것을 보면 더 열심히 자라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쉴 새 없이 꽃이 피고 새잎이 나면서 하엽도 계속 생기는 게 정상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에어컨 실외기입니다.
겨울과 초봄에는 해가 실내로 깊이 들어오기 때문에 화분들을 실내에 두어도 해를 잘 받을 수 있었지만 남중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실내로 해가 들어오지 않아서 화분선반을 통째로 베란다로 내보냈습니다.
이사할 때 베란다 난간에 설치하기 힘들다고 하여 베란다에 두었는데 화분들을 베란다로 옮기고 나니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풍에 화분이 익지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됩니다.
뿐만아니라 실외기 소음도 상당한데 귀에 거슬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혹여라도 폭염이 오게 되면 베란다까지 냉방의 범위에 넣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설치기사를 불러 베란다 난간에 매달기로 했습니다.
이전설치비에 거치대까지 구입해야 하니 비용이 많이 들 것입니다만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결정입니다.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서 하루종일 땡볕을 받고 있는 실외기를 보면 온도가 많이 올라가겠구나, 전기세 참 많이 나오겠나는 생각이 듭니다.
냉방기인데 저렇게 열을 받아도 되는 걸까 생각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에 에어컨 커버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알고보니 은박 돗자리 같은 것을 실외기에 씌워주면 빛을 90% 이상 반사해서 전기세가 절약되는 원리라고 합니다.
오호라. 바로 이겁니다.
미러시트지를 붙여서 태양광 반사판으로 겨울내내 잘 사용했던 것을 해체해서 미러시트지를 실외기에 붙여주었습니다.
짜잔! 거울처럼 빛을 반사한다는 시트지를 붙였으니 95% 이상 빛을 반사해서 전기세를 줄여주지 않을까 하고 김칫국을 마셔봅니다.
기사님이 오셔서 실외기를 난간에 매다는 공사를 했습니다.
공사를 마친 모습입니다.
미러시트지가 반짝반짝 하네요.
이제 날씨가 더워 기온이 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직사광선은 대부분 반사해서 과열을 막아줄 것입니다.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베란다에 나가있는 화분에 들이칠 직사광선을 막아줄 차양막이 필요합니다.
종이나 부직포로 된 블라인드도 1개에 5천원 정도 하기 때문에 베란다 전체에 두르려면 비용이 상당합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것은 은박텐트입니다.
얇을 비닐에 알루미늄을 입힌 것인데 등산이나 조난시에 체온유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서바이벌 담요입니다.
과자봉지보다 훨씬 얇은 재질입니다.
160x210 센티미터 짜리가 몇 백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제품가보다 배송비가 더 비싼 제품입니다.
무게도 50g이 채 못되는 경량이니 투명테이프로 창문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날이 흐려서 차양막을 올리고 싶을 때는 둘둘 말아서 집게로 윗부분에 고정하면 됩니다.
이로서 베란다 정원의 여름준비를 마쳤습니다.
35도가 넘어가는 폭염에는 베란다까지 냉방을 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냉방비가 많이 들면 다시 화분대를 실내로 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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