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4월21일~4월22일) 베란다 수경재배 일지 - 오이 수확,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보토마토 파종하기

[2020년4월21일]

오이를 수확했습니다.

통통하고 탐스러워 보이는 오이입니다.

하지만 크기는 10cm에 불과합니다. 너무 작네요. 

사실은 좀더 키웠다가 먹을 예정이었지만 점심을 너무 짜게 먹었더니 나트륨 과다섭취로 인한 혈류량 증가로 혈압이 오르고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아서 나트륨을 배출하기 위해 조기에 잡아먹었습니다. 다른 오이들은 이것보다 훨씬 작아서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유도 한 잔 마셨더니 어느 정도 응급조치가 된 것 같습니다. 두통이 오다가 도중에 사라졌네요.

[2020년4월22일]

가보토마토를 파종했습니다. 가보토마토는 말 그대로 가보家寶라는 이름이고 영어로는 에얼룸 토마토heirloom tomato라고 합니다.

가보토마토는 인공적인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아 유전자 변형이 없는 토마토 종자이기 때문에 씨앗을 심어서 키우면 모체와 같은 품질의 열매를 맺습니다. 바람이나 벌·나비, 농부의 손으로 인한 자연수분으로 번식합니다. 농부들이 대대로 씨앗을 받아 키우기 때문에 가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토마토는 주로 색소가 붉고 오랜 유통기한을 버틸 수 있도록 저장성이 좋게 개량된 토마토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맛과 향을 잃어버리게 되었지만 가보토마토는 시판되는 토마토와 달리 품종마다 다른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으며 더 달고 맛이 있다고 합니다. 훈연향이 나는 품종도 있고 향이 너무 진해서 오히려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쩐지 시장에서 산 토마토가 밍밍하고 맛이 없더라니. 이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대신 가보토마토는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시장에서 파는 것을 산다면 싱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보토마토 씨앗은 비쌉니다. 5~6립에 3천원 합니다. 한 알에 5백원이지요.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도 정말 비싸게 팝니다. 3가지를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덤으로 여러 가지 씨앗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토마토와 함께 심으면 좋다는 바질과 로사비앙카라는 품종의 가지 씨앗까지 보내주셔서 지금 키우는 가지 수확이 다 끝나면 심어볼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방울토마토 씨앗을 심었다가 이게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키가 자라는 것을 보고 땅딸이 토마토로 바꾸었습니다. 땅딸이 토마토는 앉은뱅이 토마토라고도 하는데 키가 2~3미터씩 자라는 다른 토마토와 달리 몇 십 cm 정도로 아담하게 큰다고 하여 구입했습니다. 아직 자라는 중이라 열매는 열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맛이 있지는 않다고 하니 양액에 설탕을 좀 넣어주어야겠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열매가 많이 달린다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가보토마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짙은 색상의 토마토 종류들에 눈이 가기 시작합니다. 토마토의 학명은 Solanum lycopersicum입니다. 솔라늄 라이코페르시쿰이라니, 어쩐지 강한 햇빛과 진한 색이 연상되는 이름입니다.

토마토에는 파이토케미컬의 일종인 라이코펜이라는 항산화성분이 들어있습니다. 토마토 과육의 붉은색은 이 라이코펜 덕분입니다. 토마토의 색이 붉을수록 라이코펜 함량이 많아서 항산화작용, 노화방지, 혈당저하, 항암작용, 심혈관질환 예방 등의 효과가 강합니다.

노란 토마토는 빨간 토마토보다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며 씨앗이 적지만 라이코펜이 적게 들어있습니다. 대신 카로틴과 프로비타민A 함량이 많다고 합니다. 

[참조] - 파이토케미컬 종류와 파이토케미컬 많은 음식

포도나 오디 등의 검푸른 색의 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안토시아닌은 일반적인 토마토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껍질에 안토시아닌을 포함하고 있는 토마토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들은 껍질에는 안토시아닌, 과육에는 라이코펜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연적으로는 블랙크림이라는 가보토마토 종류가 있고, 인공적으로 개량한 품종에는 인디고 로즈, 인디고 애플, 댄싱위드스머프 등이 있습니다. 

인디고라는 말의 뜻이 남색, 쪽빛이라는 의미이고 스머프도 파란색이므로 이 토마토들의 껍질은 검은색이나 남색에 가깝지만 속살까지 완전히 검푸르지는 않습니다. 이 말은 속살에는 껍질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속살도 안토시아닌을 풍부하게 함유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해서 겉과 속이 모두 검푸른색을 내는 토마토 품종이 2019년에 중국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이 토마토를 재배하면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라는 항산화제의 양대 산맥을 다 잡을 수 있겠지만 유전자 조작 농작물이라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인디고애플, 인디고로즈, 블랙러시안크림, 댄싱위드스머프는 크기만 다를 뿐 짙은 보라색을 내는 종류의 토마토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디고애플과 인디고로즈는 라이코펜과 비타민C 함량 테스트에서 1위와 2위를 했다고 합니다. 블랙러시안크림은 러시아 토종 토마토 종자(블랙크림)의 변형인 것 같은데 이것도 아주 진한 남색을 띠고 있고, 파란색 스머프에서 이름을 따온 댄싱 위드 스머프도 남색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4종류를 먼저 심고 붉은색 방울토마토인 매츠와일드체리를 심을 예정입니다. 토마토가 쉬지 않고 주렁주렁 열린다는 수백수천이라는 품종(헌드레드 앤 싸우전드 hundreds and thousands)도 탐이 났지만 맛은 별로라는 사장님 말씀을 듣고 매츠와일드체리로 바꾸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종자가 다 가보토마토인 것은 아닙니다. 블랙러시안크림과 매츠와일드체리만 가보토마토이고 인디고 종류와 댄싱위드스머프는 유전자 조작은 아니고 개량종입니다.

매츠와일드체리Matt's Wild Cherry는 멕시코 야생토마토가 원종이고 방울토마토보다도 크기가 아주 작아서 작은 체리만합니다. 하지만 당도가 11.5브릭스나 되어 달콤하고 열매가 가지마다 달려서 정말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정식후 수확까지 65일 걸립니다.

인디고애플Indigo Apple은 57~113g이 나가는 중간 크기의 둥근 토마토이며 표면 상단은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로 짙은 청색이며, 과육의 색이 붉습니다. 맛도 좋고 수확량도 많습니다. 육즙이 적고 보관성이 좋아서 상품성이 높다고 합니다. 정식 후 수확까지 75일 걸립니다.

인디고로즈Indigo Rose는 오레곤 주립대학에서 출시한 새로운 토마토로 거의 검은색을 내는 토마토 중에서 처음 개발된 품종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크기는 약 60g까지 자라는 작은 토마토이며 직사광선에서는 짙은 자주색으로 익고 속까지 붉으며, 전형적인 토마토 맛을 낸다고 합니다. 정식 후 수확까지 80일 걸립니다.

블랙러시안크림Black Russian Krim도 흑토마토 종류 중에 하나입니다. 흑해 근처의 러시아 크림 지역의 토종 토마토인데 풍미가 정말 남다르다고 합니다. 2018년에 미국의 토마토맛 대회(?)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했다고 하네요. 표면은 검붉은 색이고 안에 초록색이나 붉은색의 얼룩이 있습니다. 정식 후 수확까지 75일 걸립니다.

댄싱위드스머프Dancing With Smurfs도 크기는 작지만 짙푸른 색의 토마토입니다. 정식 후 수확까지 65~70일 걸립니다.

이번에는 노란색 토마토는 심지 않았지만 선슈거sunsugar라는 노란색 토마토가 정말 달고 맛이 있다고 하니 나중에 공간이 확보되면 심어봐야겠습니다.

베란다에 토마토 키울 자리도 부족하고 씨앗도 부족해서 2알씩만 파종했습니다. 발아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마토의 광포화점은 7만룩스입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7만룩스가 확보되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힙니다. 해가 잘 드는 베란다의 창가에서는 충분히 키울 수 있고, 실내에서도 식물등을 12시간 이상 켜둔다면 충분히 열매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판에 인내심을 시험당합니다. 토마토가 크고 꽃이 피기까지는 빠르면 한 달 정도면 가능하지만 열매가 열린 후부터 익을 때까지가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오이는 열매가 열리고 꽃이 지면 풍선에 바람 들어가는 것처럼 쭉쭉 늘어나는데 토마토는 분명히 열매가 열렸는데 계속 초록색으로 변화가 없으니 속이 터집니다. 방울토마토나 땅딸이 토마토는 완숙토마토에 비해 숙성기간이 더 길다고 합니다. 

일반 완숙토마토나 방울토마토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가진 토마토들을 빨리 맛보고 싶습니다.